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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누아, 까다롭게 키워서 섬세하게 내놓은 자식 [레드 와인 품종 가이드]

와셀뉴 2025. 6. 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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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 누아는 일단 까다롭다.

키우기도 까다롭고, 양조도 어렵다. 껍질이 얇아서 병에도 잘 걸리고, 송이도 빽빽해서 통풍도 잘 안 된다. 그래서 재배하는 사람 입장에선 골치 아픈 품종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물은 굉장히 섬세하다.
‘레드 와인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피노누아 포도 품종
피노누아 포도품종

 
 
와인잔에 따른 색은 보통 연한 체리색 정도.
다른 레드 와인에 비하면 확실히 연하고, 투명하게 비치는 경우도 많다. 타닌도 적다. 마실 때 떫은맛이 거의 없고, 대신 산도는 꽤 있다. 그래서 무겁지 않고 입 안을 정리해 주는 느낌이 있다.
 
향은 대표적으로 체리, 딸기, 라즈베리 같은 붉은 과일류가 먼저 떠오르고, 숙성되면 버섯, 흙, 가죽, 숲 같은 향도 난다.
단순한 과일주스 같은 와인은 아니다. 마셨을 때 향보다 마시고 나서의 잔향이 더 기억에 남는다.
 
피노 누아는 산지에 따라 스타일 차이가 크다.
부르고뉴는 정석이다.
복합적이고 조용하고 섬세하다.
오레곤은 부르고뉴보다는 좀 더 직선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과일향이 더 풍부하고, 더 진하다. 뉴질랜드는 산도가 특히 높고, 꽃향기가 두드러진다. 같은 품종인데 기후만 다르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서늘한 지역에서 자라면 산도가 유지되고 향이 섬세해진다. 반대로 따뜻한 지역에서는 과일향이 강해지고 무게감이 생긴다. 그래서 같은 피노 누아여도 어디서 왔는지가 더 중요하다. ‘피노 누아는 테루아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정확한 표현이다.
 
숙성은 보통 장기숙성에 적합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잘 만든 피노 누아는 10년 이상 숙성도 가능하다. 다만 그럴 만한 와인은 가격도 비싸다. 대부분은 3~5년 안에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음식은 무겁지 않은 단백질과 잘 맞는다. 닭, 오리, 연어, 토끼 같은 단백질류에 잘 어울린다. 지방이 많거나 소스가 강한 음식보단, 조리법이 심플한 쪽이 낫다.
 
 
 
 

남자가 와인을 마시고 있는 일러스트
피노누아에 빠지면??



정리하면
피노 누아는 직관적인 와인은 아니다. 복잡하고 섬세하고, 때로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면, 다시 마시고 싶은 쪽은 결국 피노 누아 쪽이다. 그래서인지 와인 좀 마셔봤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피노 누아 얘기를 빼놓는 경우가 없다.  이제 곧 여름이 온다. 시원한 피노누아를 한강에서 가볍게 즐기는 날이 다가온다. 당연한 건 음주는 적당히. 와인은 더 적당히.
 
tmi. 나도 언젠가는 샴페인이나 스파클링보다 피노누아에 돈을 더 많이 쓰는 날이 올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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