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면 뭔가 시원한 게 마시고 싶은데 꼭 맥주일 필요는 없다는 걸 화이트 와인이 알려준다. 특히 소비뇽 블랑이나 리슬링처럼 향이 산뜻하고 산미가 살아있는 스타일은 갈증 날 때 한 잔 딱, 참 괜찮다.
화이트 와인을 여름에 마시기 좋은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시원하게 마시는 게 가능하다는 점.
냉장고에 넣어두면 바로 꺼내서 마실 수 있고,
그냥 시원한 게 아니라 입안이 상쾌해지는 느낌이 있다.
시트러스계열 향이 나는 와인이라면
특히 그렇다.
산도도 중요하다.
기름기 있는 음식이든,
브런치처럼 가벼운 요리든
화이트 와인은 음식과 부딪히지 않고 잘 어울린다.
그냥 마셔도 좋지만,
먹을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더 좋다.
역시 여름에 가장 자주 손이 가는 건
소비뇽 블랑이다.
레몬이나 풋사과, 약간의 풀 향까지 나서 확실히 더운 날에 잘 어울린다.
뉴질랜드 스타일은 아로마가 강하고, 프랑스 루아르 지방은 조금 더 절제돼 있다. 같은 품종이라도 꽤 다른 매력이 있다.
리슬링은 조금 더 부드럽다.
약간의 단맛이 있어서, 디저트 전후로 마시기에도 좋고 혼자 마셔도 부담이 없다. 달달한 걸 싫어한다면 드라이 리슬링을 고르면 된다.
피노 그리(또는 피노 그리지오)는 가볍게 마시기 좋다. 생각 없이 마셔도 괜찮을 정도의 부담 없는 맛.
청사과, 멜론, 복숭아 같은 향이 느껴지고 아무 요리 없이도, 그냥 한 모금이면 기분이 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나는 이마트에서 피노그리 품종을 자주 사는데 확실히 신세계에서 와인사업을 점점 늘리는 모양이다. 다양한 품종의 와인들을 보는 맛이 있다.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땐,
먹는 음식도 가볍고 신선한 게 좋다.
방울토마토 올린 샐러드,
하몽에 멜론 한 조각,
아보카도 토스트 같은 거.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평소에 자주 먹는 것들이 와인 덕분에 조금 더 근사해지는 느낌이랄까.
결론은 간단하다.
여름의 화이트 와인은 실전이다.
로제가 감성을 건드리는 와인이라면
여름에 마시는 화이트는
그날 그날 쌓인 나의 갈증을 해소해 주는 와인이다.
여름날 마시는
시원한 화이트 와인 한잔은 그런 의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