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스스로에게 혹은 내 앞길을 막은 앞차량에게 ‘빨리빨리’를 외치며 살고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천천히’라는 단어가 낭만처럼 들릴 때가 있었답니다.
쭉~ 경쟁사회에서 살아온 저에게는 절대 용납 안 되는 말이었죠. 천천히?? 그럼 지는 건데??!!라고 말이죠ㅎㅎ
24살 취업을 준비하면서 부터 매일매일이 경쟁이고 평가였고, 그런 삶을 15년 이상 달리다 보니까 저에게 그렇지 않은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그 공간은 온전히 집이었는데, 더 변화가 필요하더라고요. 나의 욕구를 더 충족시켜 주는!!!
그래서 시골이라는 공간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것도 좋지만 저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공간말이에요 ㅎㅎ 그렇게 저의 시골길 와인샵은 시작되었답니다. 물론 훌륭한 동업자와 함께 말이죠 ^-^ 재밌는 건 같이 할 때 더 재밌잖아요??!! 행복이 배가 되죠!!
조금 늦었나? 싶었지만
이번 삶에서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을 같이 이뤄보려고 합니다.
나의 와인샵은 일주일에 2번만 그것도 주말에만 문을 열면 되기에 아주 가볍게 생각했지만 실상은 문 열기 전 5일 동안 와인 생각만 하게 되었답니다.
와인샵을 왜 김제 시골에 차렸냐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어서 귀에서 피가 났죠 ㅋㅋㅋ
오픈전에는 먼~~~~~ 지인까지도 전화를 주셨었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과 걱정으로 그렇게 오픈하게 되었죠. 저의 마지막 낭만은 그렇게 느긋하게 시작되었습니다. ㅎㅎ
오늘 서론이 기네요^^ 제 이야기를 갑자기 하려니 말이 오락가락하기도 하고 ㅎㅎ
애니웨이!!!!
느긋한곳에 와인샵을 차렸다는건 제가 추구하는 와인라이프와 일맥상통한답니다!!
저도 늘 바쁘게 달리다가도 와인을 마실 때만큼은 빠릿빠릿한 제가 아닌 느긋한 제가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와인은 그런 시간을 허락해 주는것 같아요.
ㅎㅎ
오늘은 와인과 느림 혹은 느긋한 기다림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기다림이 만들어 낸 축복
와인은 ‘기다림의 술’이라는 말이 딱 맞아요.
포도 한 송이가 열리기까지 최소 1년,
그걸 또 수확하고 압착하고 발효시키는 시간,
양조장에서 나무통에 잠들어 있는 숙성의 시간까지.
레드 와인 하나만 봐도
5년, 10년, 심지어 50년을 기다린 병도 있잖아요?
세상에 이런 술이 또 있을까요ㅎㅎ
그리고 그 기다림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풍미 속에 축적돼요.
비바람 맞은 포도나무의 사계절이
코르크를 열고 향이 피어나는 순간까지 이어지죠!!
와인잔을 통해 느끼는 느림의 순간들
와인잔을 손에 들면 신기하게도 말투, 표정, 대화 속도까지 달라져요.
한 번에 벌컥 마시는 맥주랑은 다른 매력이죠.
먼저 색을 보고,
잔을 살짝 돌려서 향을 깨우고,
천천히 한 모금 머금고 맛을 느끼고
이걸 의식적으로 반복하다 보면
평소엔 흘려보내던 작은 맛과 향 같은 것들에 집중하게 된답니다.
그 순간만큼은 바쁘게 지내던 시간을 잊고,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느리게’ 마시는 법도 배워야 하는 이유
저는 와인샵에서 처음 와인을 접하시는 분들께
‘디캔팅해 보셨나요?’ 하고 자주 물어요.
그러면 대부분 “그게 뭐예요?” 하시죠.
와인을 병에서 따라 바로 마시면
숨겨진 향들이 다 올라오지 않아요!
산소를 만나서 조금씩 열리도록 시간을 줘야
와인 본연의 복합적인 향을 즐길 수 있거든요.
이게 바로 와인을 느리게 마셔야 하는 이유예요.
빨리 마시면 절반도 못 느끼는 맛이니까요.
그럼 너무 아쉽고 아깝잖아요 ^^
느림이 가져다주는 와인의 매력 포인트
1. 와인은 ‘완성형’이 아니다
재밌는 건 와인은 병에 담겼다고 해서
그 순간 완성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코르크를 여는 순간부터 또 다른 변화가 시작되거든요.
공기와 만난 와인은
초반엔 닫혀 있다가 점점 열리고,
심지어 잔에 따라둔 와인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향과 맛이 달라진답니다.
그래서 와인 마시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말도 해요.
“한 병의 와인을 두 번 마실 수는 없다.”
그만큼 한 병 한 병이 유일한 경험이 되는 거죠ㅎㅎ 이건 진짜 와인에 ㅁㅊ ㅋㅋㅋ
2. 빠를수록 놓치는 향과 맛
우리는 빨리 살수록 더 많은 걸 얻는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와인은 반대예요.
너무 빨리 열면 쓴맛만 느껴지고,
스월링도 안 하고 꿀꺽 삼키면
풍부한 과실 향, 허브 향, 흙내음 같은 게 다 숨어버려요.
조금만 느리게 잔을 돌리고,
코를 가까이 대고, 입안에서 살짝 굴려보면
아, 이게 와인의 매력이 구 나하고 알게 됩니다.
3. 느림은 결국 기억이 된다
신기하게도 와인은 순간의 술인데,
마시고 나면 한참을 기억에 남아요.
누구랑 마셨는지,
그날 대화가 어땠는지,
어디서 마셨는지.
이런 기억은 대체로
와인을 ‘빨리’가 아니라 ‘천천히’ 즐겼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 거예요.
저는 이게 제일 좋아요!!
바빠도 잠깐 멈춰서 코르크를 따고, 향을 맡고, 기다렸다가 천천히 즐겨보세요. 짧게는 몇 초라도 ‘지금 여기’를 온전히 느껴보라는 거죠!!!
올해도 반이나 지나갔네요.
남은 6개월도 나를 더 잘 알아가는 내가 될 수 있길 바라며!! 다음에는 저의 마지막 낭만인 시골길에 와인샵을 차리게 된 이야기를 적어볼게요. 왜 제이야기는 이렇게 말하기가 부끄러운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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